독재자 루카셴코 집권연장…벨로루시 대선 출구조사 1위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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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집권하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려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51·사진) 벨로루시 대통령이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19일 실시된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82.9%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10개 야당 연합의 후보로 나선 알렉산드르 밀린케비치(58) 전 민스크 시장은 2.2%에 그쳤다.

이번 선거는 미국·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벨로루시는 2003년 그루지야의 장미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의 레몬혁명으로 이어진 옛 소련권 시민혁명 바람 속에서도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며 독재정권을 유지해 온 러시아의 우방.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야당 연합 후보를 지원하며 벨로루시의 ‘감자혁명’을 유도했다. 감자는 벨로루시의 주요 농산물.

선거를 앞두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유럽의회 의원 등 외국 선거감시 단원들의 입국을 막고 야당 지지자 300여 명을 구금하며 맞섰다. 이런 억압적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벨로루시 국민은 임기 5년의 대통령에 그를 다시 선출함으로써 정치적 민주화보다 경제적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혁명에 성공한 옛 소련권 국가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벨로루시는 러시아의 에너지 원조 아래 순조로운 경제 발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2120달러로 우크라이나(1260달러), 그루지야(1040달러)의 배에 가깝다.

투표 종료 후 야당 인사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국민에게 민스크 시내 ‘10월 광장’에 모여 반정부 시위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강력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야당 인사 가운데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 없어 대규모 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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