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차기총리가 ‘야스쿠니’ 가지 말아야 할 이유

  • 입력 2006년 3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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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어리석고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해 양국 관계가 더 험악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품격 없는 발언”이라고 역공하면서 일본 주재 중국대사를 외무성에 불러 따지려 했지만 중국대사는 아예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일본 안에서는 9월의 차기(次期) 총리 선출을 앞두고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다섯 번이나 참배를 강행해 한국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자초했다. 중국과는 한번도 정상회담을 하지 못하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고, 한일 관계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의 보수파 리더들조차 “총리는 참배를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과거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지했던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신문 회장,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등도 만류하고 비판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극우파인 아소 다로 외상마저 야스쿠니신사에서 ‘전범(戰犯) 14명을 분리’하는 데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대다수 일본 언론도 총리의 참배를 지지하지 않는다. 한국 중국의 눈치를 봐서가 아니라 ‘국익에 반(反)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일본 내 여론조사 결과도 ‘참배 반대’ 의견이 다수로 나타나고 있다. 차기 총리가 참배를 답습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침략전쟁 미화(美化)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행위이며 고이즈미 정권이 견지해 온 ‘아시아 경시(輕視)’를 입증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일본인은 아시아에 등을 돌린 채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기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와 달라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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