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門정치’가 比 망쳤다

  • 입력 200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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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20년 장기 집권을 끝내고 동아시아 민주화의 대장정을 열었던 필리핀. 하지만 이후 20년은 쿠데타 기도와 민중 봉기, 대통령 탄핵 시도라는 악순환이 이어진 혼란기였다.

필리핀의 민주주의가 이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이유가 뭘까?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2개의 키워드로 설명했다. 하나는 미국의 40년간 식민통치 중에 이식된 정치체제. 다른 하나는 왕조처럼 필리핀을 지배해 온 마르코스, 코라손 아키노, 글로리아 아로요 등 3대 족벌이란 것이다.

미국은 1898년 스페인으로부터 빼앗은 필리핀에 미국식 정치제도의 겉만 이식했다. 미국이 처음 유산가(有産家)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자 몇몇 가문은 투표권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공직은 가문의 상속물이 되고 말았다.

정치인들은 ‘명문가 줄서기’에 급급하게 됐고 정당은 무의미해졌으며 국민은 ‘정치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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