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뇌출혈…언론 “수술 잘돼도 집무복귀 어려울듯”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11분


‘불도저’ 아리엘 샤론(78) 이스라엘 총리가 또 쓰러졌다. 이번엔 뇌출혈이다. 지난해 12월 18일 가벼운 뇌중풍(뇌졸중)으로 병원 신세를 진 지 17일 만이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은 “샤론 총리가 심장병과 뇌중풍으로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이번만큼 위험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뇌의 동맥이 터져 뇌 속에 혈액이 고이는 뇌출혈은 환자의 절반이 한 달 내에 목숨을 잃는 치명적인 질환이기 때문이다. 또 수술이 잘돼 의식이 회복돼도 손발이나 얼굴의 마비, 언어장애와 같은 후유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일간 하아레츠는 샤론 총리의 집무 재개는 물론 정계 복귀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론 총리의 퇴진은 이스라엘의 정국에 큰 변수로 작용할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25일로 예정된 팔레스타인 총선이 연기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 지역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투표를 허용하지 않으면 총선 자체를 연기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샤론 총리는 제한적 투표 허용에 긍정적이지만 극우보수 리쿠드당은 반대 입장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내부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동예루살렘 지역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투표를 봉쇄한다면 팔레스타인 총선은 연기되고 양측이 유혈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3월 28일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 정국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스라엘 총선은 현재 중도우파 카디마(전진)당, 중도좌파 노동당, 리쿠드당이 겨루는 3파전 양상이지만 샤론 총리가 만든 카디마당이 제1당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샤론 총리가 정계에 복귀하지 못한다면 카디마당의 총선 승리는 불투명해진다. 카디마당의 ‘창업자’가 쓰러지면 중심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BBC 방송은 샤론 총리가 없는 이스라엘 총선은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샤론 총리가 없는 상황에서 이-팔 평화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샤론 총리가 밀어붙인 정착촌 철수가 계속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당수는 ‘한 치의 땅도 팔레스타인에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착촌 철수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로 이어지는 ‘평화 로드맵’이 사실상 폐기되고 이-팔 관계는 물론 주변 중동정세 역시 상당 기간 다시 갈등과 대결 구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의미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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