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후계자는 아베? “내년 자민당 총재 출마하라”

  • 입력 200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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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강경파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관방장관에게 내년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자신의 뒤를 이으라고 공개 석상에서 주문했다.

같은 파벌인 모리(森)파 후배이자 정치 노선이 비슷한 아베 장관을 ‘포스트 고이즈미’의 적임자로 찍어 두고 있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고이즈미 총리는 12일 동행기자들과 만나 “(총리가 될) 기회는 그렇게 자주 오지 않는다.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며 “어려움에 직면해서 도망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베 장관은 차차기용 후보로 아껴 두자”는 모리파 회장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모리 전 총리는 최근 ‘차기 총리는 2007년 참의원 의원 선거에서 고전해 단명으로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아베 차차기론’을 주장한 바 있다.

지금까지 차기 경쟁구도와 관련해 엄정 중립을 강조해 온 고이즈미 총리가 특정 인물의 출마를 독려한 것은 처음. 그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인물이 선택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아베 장관의 ‘총리 대망설’에 거듭 무게를 실었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 내 고참 의원들이 올해 51세인 아베 장관이 총리가 될 경우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해 60대 후보를 선호하는 태도를 보이자 이런 분위기에 쐐기를 박으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대연정에 대해 “어떤 정당이든, 누구든 협력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부터 갖고 있었다”며 “정계 개편은 어떤 계기로, 어떻게 일어나든 이상하지 않다”고 말해 연정 희망 의지를 내비쳤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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