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군사 팀워크’ 미묘한 변화

입력 2005-12-01 03:00수정 2009-09-3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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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국이 사실상 독점해 왔던 한국의 주요 무기 도입 사업에 최근 현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미 군사 동맹의 토대 위에서 미국 군수업체가 누려온 프리미엄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기 도입처의 다변화라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한미연합군의 작전을 고려할 때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을 찾아가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공중조기경보기(EX) 사업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 국방부도 최근 ‘EX 사업에선 한미 양국군의 상호 운용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한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은 2조 원을 투입해 공중 조기경보기 4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현재 미 보잉사의 E-737과 이스라엘 엘타 사의 G-550이 경합 중이다. 보잉은 큰 기체와 우수한 레이더 성능을, 엘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두 기종이 모두 요구 조건을 충족할 경우 ‘싼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한미 동맹을 고려하지 않고 철저히 성능 대비 가격으로 기종을 선정하겠다는 국방부의 방침은 변모하는 양국 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그러나 군 일각에선 핵심 전략무기인 EX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도입할 경우 유사시 한미 연합작전의 효율성과 상호 운용에 지장이 초래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또 총 5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한국형헬기사업(KHP)의 경우 사실상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회사인 유로콥터가 미국의 벨사, 영국과 이탈리아의 합작사인 IWIL을 제치고 선정이 유력시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KHP의 해외 업체 선정 기준은 가격과 성능, 기술 이전 조건이며 한미 동맹 등 정책적 고려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2002년 4월 정부가 사상 최대의 전력 증강 사업인 공군의 차기전투기(FX)로 미국의 F-15K를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대신 선정할 때 한미 군사 관계를 결정적으로 고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국방부는 당시 “1차 성능평가에서 두 기종이 오차 범위 3% 내에 들어 정책적 요소(한미동맹)를 고려한 2차 평가 결과 F-15K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다소사는 “라팔이 F-15K를 성능에서 크게 앞섰지만 잘못된 평가로 수주가 무산됐다”며 “다시는 미 방위산업체의 사냥터에서 수주 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국방부는 같은 해 7월 차세대구축함(KDX-III) 3척에 장착할 레이더 등 전자전(電子戰) 체계로 미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를 선정했다. 이때도 경쟁 입찰업체였던 네덜란드의 탈레스사는 “사업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해 파장이 일었다.

국방부는 전투기 도입 사업엔 ‘차기’, 구축함 도입 사업엔 ‘차세대’라는 표현을 각각 쓰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미국 무기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사라진 것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결국 한미 동맹과 한미 군사 관계의 미묘한 변화가 반영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제 일색의 국내 무기 도입처를 다변화하겠다는 정책적 고려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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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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