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규제철폐 속도 느려 기업활동 자유도 취약”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5분


코멘트
부산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최고경영자회의(CEO 서밋)에 참석한 기업인들 사이에서 미국 최대 생명보험회사 뉴욕라이프 인터내셔널의 게리 베나나브(사진) 회장은 ‘휴대전화 사나이(The Mobile Phone Guy)’로 통한다.

그는 15일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 주최 오찬에서 “왜 이곳에선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느냐”는 난처한 질문을 던져 장관과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은 인물.

이번 CEO 서밋에 참가한 금융계 인사 중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수석부회장과 함께 ‘월가의 거물’로 꼽히는 베나나브 회장은 18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 질문이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 몰랐다”면서 웃었다. 수신 상태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휴대전화 서비스 방식이 달라 불편하다는 걸 강조하고자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985년 이후 한국을 수십 차례 방문한 베나나브 회장이 한국의 휴대전화 서비스 방식을 모를 리 없다.

그는 “1990년대 말 아시아 경제위기 당시 미국 기업인들에게서 한국 사업을 철수하라는 얘기를 듣던 것이 마치 엊그제 같다”면서 “월가에서는 한국 경제의 빠른 위기 극복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에 산적한 문제가 많다는 것이 베나나브 회장의 평가. 그는 “한국의 기업활동 자유도가 아시아에서 최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경제력에 비춰 봤을 땐 매우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의 규제 철폐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 시스템 수준을 중국보다는 높지만 싱가포르나 홍콩보다는 아주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외국 금융기업의 한국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베나나브 회장은 “뉴욕라이프도 한국 금융업체 인수합병(M&A)에 관심이 높다”면서 “최근 1, 2년간 몇 개 한국 기업 인수를 시도했지만 최종 가격협상 단계에서 성사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베나나브 회장은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 확대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사 분규와 정부 규제를 꼽았다. 그는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미국 대표를 맡고 있다.

부산=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