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심복 스쿠터 리비…기소위기 몰린 ‘소리없는 권력’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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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행정부를 뒤흔들 초대형 악재로 떠오른 ‘리크 게이트’의 수사망이 딕 체니 부통령의 루이스 리비(55·사진) 비서실장에게로 좁혀지면서 소리 없이 권부를 지켜 온 그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I. Lewis ‘Scooter’ Libby. 미국 신문이 사용하는 그의 이름은 외부 공개를 꺼려 온 그의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듯 의문투성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I는 어브(Irv)라는 이름의 약자지만, 공식기록에는 ‘Irve’라고 돼 있다. 부통령실조차 알파벳 I가 무슨 뜻인지를 확인도 부인도 않았다”고 썼다. 그의 별칭인 ‘스쿠터’도 그가 좋아하던 야구 선수의 별명이란 설과 갓난아이 시절 그의 부친이 붙여 줬다는 설이 뒤섞여 나돈다.

그는 부통령 비서실장, 부통령 안보보좌관 외에 부시 대통령의 보좌관이라는 직함도 갖고 있다. 국내 정치를 제외한 안보 및 경제정책 전반에 폭넓게 개입하면서 ‘사상 최강의 부통령실 참모’라는 평가가 따른다.

그는 고교와 대학은 부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최고 명문인 필립스 아카데미, 예일대를 졸업했다. 이후 컬럼비아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변호사 생활을 했다.

대표적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사상가인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는 그의 예일대 시절 정치학과 교수였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국무부 차관보로 발탁된 울포위츠 씨가 “연설문을 써 달라”고 요청하자 “따분하게 법률 서한이나 대신 써 주며 살 수는 없다”며 아예 공직의 길로 들어섰다.

두 사람 모두 강력한 리더십, 나치 독일의 봉쇄를 주창했던 영국의 윈스턴 처칠을 흠모한다. 네오콘 분석서 ‘벌컨의 성장’을 쓴 제임스 맨 씨는 “두 사람은 처칠의 생일이면 함께 식사를 할 정도”라고 썼다. 리비 비서실장은 1996년 일본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도제(徒弟·The Apprentice)’라는 소설을 펴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리비 비서실장이 부시 1기 행정부 때 “재판에 회부되는 순간까지 부통령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하면서 “연방대배심의 임기가 끝나는 28일 그의 유죄 여부가 드러나게 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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