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族의원’에 선전포고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코멘트
9·11 일본 중의원 총선거 압승으로 집권 자민당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지목돼 온 ‘족(族)의원’ 혁파에 착수했다.

일본 정치권은 파벌 해체를 겨냥해 초선 의원들에게 파벌 가입 금지령을 내린 데 이어 자민당을 명실상부한 ‘고이즈미당’으로 바꾸려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은 최근 지도부 회의에서 “당내에 갖가지 명목의 조사회와 특별위원회가 너무 많다”며 조사회와 특별위의 통폐합을 주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5일 보도했다. 특정 업계와 밀착한 족의원의 온상이 되고 있는 조사회와 특별위를 대폭 줄여 이들의 활동 근거를 없애자는 취지.

자민당 내 조사회와 특별위는 각각 41개, 50개에 이른다. 국토개발, 세제, 금융, 농정, 주택토지 등 부문별로 구성된 이들 기구에는 당선 경력이 많은 족의원들이 포진해 예산 배분 등 정부 정책을 밀실에서 결정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도로족은 도로공단, 건설족은 건설업계, 농림족은 농협 등 농업단체, 후생족은 약사회 및 의사회의 이해를 대변하고 이들의 요구를 정부 정책과 법안에 반영하는 식. 우정민영화법안에 앞장서 반대해 참의원 부결을 이끌어 낸 세력도 우정공사 및 전국의 우체국 조직과 수십 년간 밀착해 온 우정족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총선 직후 “일부 특정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당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족의원과의 전쟁을 시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일본 언론들은 당내 실력자가 다수 포진해 연간 3조5000억 엔(약 35조 원)의 도로 관련 재원을 주물러 온 도로족이 최대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