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BC간판앵커 피터 제닝스 별세

  • 입력 2005년 8월 9일 0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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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대 지상파 방송 가운데 하나인 ABC의 저녁 뉴스 앵커를 지낸 피터 제닝스 씨가 7일 뉴욕 자택에서 폐암으로 숨졌다. 향년 67세.

NBC의 톰 브로코, CBS의 댄 래더 씨와 함께 미국 스타 앵커 ‘빅3’로 꼽혔던 그는 브로코 씨와 래더 씨가 은퇴한 뒤 올해 4월 폐암 진단을 받기까지 현역 앵커로 활약했었다.

그는 4월 자신이 20년 넘게 진행해 오던 ‘월드 뉴스 투나이트’ 방송에서 폐암에 걸린 사실을 공개한 뒤 “치료를 받아 상태가 좋아지면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제닝스 씨는 투병 기간 중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종종 사무실에 나오거나 전화, e메일을 통해 뉴스제작 회의에 참석했다고 ABC 측은 밝혔다.

제닝스 씨는 1980년대 초 담배를 끊었으나 2001년 9·11테러를 보도하면서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27세이던 1965년에 ABC 앵커를 맡았다가 중도 하차한 뒤 1983년부터 다시 단독 진행을 맡았던 그는 1986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경쟁방송사 뉴스들을 시청률에서 압도하면서 미국 최고의 앵커로 떠올랐다.

오랫동안 해외특파원으로 근무한 경험 때문에 동유럽 몰락과 걸프전 등 국제뉴스 진행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그는 매끄러운 진행으로 특히 도시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시청률이 높을 때는 매일 저녁 1400만 명의 미국인들이 그가 진행하는 뉴스를 시청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NBC의 브로코 씨에게 시청률이 밀렸지만 최근까지도 연봉 10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받는 스타 앵커였다.

고교를 중퇴한 그는 캐나다의 유명 방송인이었던 아버지에게서 일찍부터 방송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캐나다식 발음 때문에 초기에는 방송 도중 몇 차례 실수를 하기도 했던 그는 오랫동안 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3년 ‘가족 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이중국적자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네 번의 결혼 중 3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뒀다.

ABC는 7일 밤 제닝스 씨의 사망소식을 발표하면서 1시간 동안 그를 추모하는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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