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貨도 흔들리나…유럽헌법 잇단 부결여파

  • 입력 2005년 6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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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유럽헌법 부결로 유럽연합(EU)의 정치적 통합이 불투명해지면서 EU 내의 경제적 연대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로베르토 마로니 이탈리아 노동복지장관은 3일 “리라화 재도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리라화는 이탈리아의 옛 화폐로 그의 이번 발언은 이탈리아 정부의 유로화에 대한 불신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마로니 장관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1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과 악셀 베버 분데스방크 총재가 전문가들과 만나 유럽통화동맹(EMU)의 실패 가능성과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은 즉각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 같은 파문은 유로화에 대한 각국 국민의 반감을 잘 보여 준다. 서민들은 물가 급등과 경제 악화를 유로화 도입 탓으로 생각하고 있어 마르크(독일)나 리라(이탈리아)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독일의 9월 총선거에서도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정치 경제 정책이 모두 유로화에 맞춰져 있어 유로화의 붕괴 가능성을 아직까지는 낮게 보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4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헌법 비준 절차는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또 16일 EU 정상회담에서 EU의 중기(2007∼2013년) 예산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영향력이 약화된 두 정상의 주장이 얼마나 힘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번 회담은 레임덕과 데드덕(Dead duck·사실상 임기가 끝난 상태)의 만남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훼했다. 스페인 야당인 보수당의 마리아노 라조이 총재는 “시라크-슈뢰더 커플은 ‘패배자의 핵심 축(axis of losers)’”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한편 북유럽 각국에서도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9월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덴마크에서는 1일 실시된 4건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유럽헌법 비준 반대 의견이 높았다. 의회 표결로 유럽헌법을 비준하려는 스웨덴에서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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