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日노벨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소탈한 韓나들이

  • 입력 2005년 5월 10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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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는 귄터 그라스, 윌레 소잉카와 펄 벅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청하려해도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사람이 많아 초청이 쉽지 않다.

하지만 24일 개막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70·사진) 씨의 경우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초청에 응해 화제다. 오에 씨는 이번 포럼에서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는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포럼을 주관하는 대산문화재단과 문예진흥원에 따르면 그에게 주어지는 것은 참가비 1만 달러와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 항공권 1장이 전부다. 대산문화재단은 “부인과 함께 와도 좋으며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고사했다. 그는 특히 “포럼 외의 초청 강연이나 대담, 인터뷰 때는 사례비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산문화재단은 “다른 작가들이 강연료를 받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한국의 답례 문화는 그렇지 않다”고 알려줬다.

콜롬비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이 재단이 2000년 초청하려 했을 때 그가 내건 요구 조건은 ‘(공항 레드카펫 서비스 등) 국빈급 대우, 한국 대통령 면담, 3만 달러,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 등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번 포럼의 조직위원인 윤상인(일문학) 한양대 교수는 “오에 선생은 정말 소탈하고 겸손한 대작가”라며 “지난해 12월 도쿄 주택가에 있는 그의 집을 처음 찾아갔는데 웬 노인이 멀리서 보여 길을 물으려 했더니 집 밖에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던 오에 선생이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오에 선생은, 같이 사는 몸이 불편한 아들이 그날 급히 입원한 것도 나에게 헤어질 무렵에야 알리고는 전철역까지 배웅을 나오더라”고 덧붙였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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