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의 봄’ 심상찮다…이집트 곳곳 무바라크 반대시위

  •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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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의 봄’은 오는가.

지난달 30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북부 지역의 만수라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24년 장기집권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 규모는 지역별로 400∼2000명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동안 간헐적인 반정부 시위가 없지 않았으나 이번처럼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시위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민주화 시위가 ‘벨벳 혁명(시민무혈혁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시위대, “이제 그만 해라”=이번 시위는 범야권 정치세력 연합체인 ‘키파야 운동’ 본부가 주도했다. 키파야는 ‘충분하다(enough)’는 뜻의 아랍어. 무바라크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을 표현한 것. 이집트판 ‘못 살겠다. 갈아보자’인 셈이다.

이날 카이로에서는 400명의 시위대가 “키파야 키파야”를 외치며 시내 중심가에서 약 1.5km의 가두시위를 벌였다. 알렉산드리아에서도 500여 명이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저지를 받았다.

만수라 지역의 대학생 2000명도 민주화 시위를 벌이다 구속된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무바라크 대통령, “아직 배고프다”=이번 민주화 시위가 ‘카이로의 봄’을 가져올지 예단하기는 아직 힘들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77세의 고령이고, 임기 6년의 대통령을 4번이나 연임하고 있지만 그동안 5선 도전 의지를 밝혀 왔다.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를 통치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물러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회 의석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집권 국민민주당은 최근 “무바라크 대통령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가 이집트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3개 도시 시위에 참여한 인원(최대 2000명)은 이집트 전체국민(약 6800만 명)에 비하면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또 30일 시위 도중 무바라크 대통령 지지 시민들과 시위대 간에 무력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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