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美엘리트 농담클럽서 ‘北해법’ 조크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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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에서 그(김정일)를 설득해 대통령선거를 실시케 한 다음 (민주당 선거전략가인) 밥 시럼을 보내 돕게 하면 됩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의 한 사교모임에서 골칫거리인 북한 지도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몰아낼 수 있는 확실한 계획이 있다며 던진 우스갯소리다. 시럼 씨는 민주당 대선전략가 겸 연설문 담당.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을 포함해 그가 연설문을 전담했던 8명의 후보가 모두 패배해 ‘패장(敗將) 전담’이란 놀림까지 받은 인물이다.

이를테면 북한에 ‘민주주의(선거)’를 확산시킨 뒤 시럼 씨를 붙여주면 김정일 정권이 자연스럽게 무너질 것이라는 농담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참석한 사교모임은 매년 3월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 정치인, 군 장성 등 미국의 최고 엘리트 수백 명을 초청해 속된 말로 ‘노골적인 농담 따먹기’를 하는 ‘석쇠 클럽(Gridiron Club)’.

이날로 120주년을 맞는 이 클럽의 주요 회원은 원로 언론인, 워싱턴 주재 각 언론사 지사장, 칼럼니스트, 백악관 출입기자 등. ‘석쇠’란 명칭은 고기를 석쇠 위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굽듯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신랄하게 비꼰다는 뜻이다.

밤 11시쯤 마지막 순서에 등장한 부시 대통령은 먼저 참석자들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평소 일찍 잠자리에 드는 자신의 수면 습관에 비춰 볼 때 밤 11시면 ‘아침’이라는 뜻의 조크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청중을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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