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피플 파워’에 환호하며 헤즈볼라에 공세의 고삐를 죄던 미국은 10일 오마르 카라미 총리가 복귀하는 등 ‘백향목 혁명’이 일단 원점으로 돌아가자 다시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처한 것.
▽“처치할 수도 없고”=시아파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레바논 정국의 안정을 위해 헤즈볼라를 중요 정치세력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관리는 10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헤즈볼라를 견제하는 것은 결국 레바논 시아파 전체를 적으로 만드는 일”이라면서 “지금까지 헤즈볼라의 정치적 역할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인정할 수도 없고”=하지만 헤즈볼라를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반미 전선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데서 미국은 고민하고 있다.
레바논 내전 당시 시리아의 도움을 얻었고 현재 이란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는 두 나라와 등을 돌릴 수 없는 입장. 헤즈볼라가 강력한 반미-반이스라엘 국가인 두 나라와 손을 잡는다면 강력한 반미 세력 연대가 구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0일 멕시코 방문을 위해 비행기로 이동하던 중 기자들에게 “미국은 헤즈볼라를 여전히 테러조직으로 보고 있다”고 못 박았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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