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난 ‘달래기’로 방향 선회…이라크총선 유엔협조 필요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7시 27분


코멘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사진) 역시 최근 이라크 팔루자 공습을 맹비난하는 등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 미국으로서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 못지않게 껄끄러운 상대이다.

최근 아난 총장 아들의 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 비리 의혹으로 미국은 아난 총장 제거의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였다.

이달 초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미 의회의 비리 의혹 조사활동을 이끌어온 노먼 콜먼 상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 6명은 아예 아난 총장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폭스 뉴스 등 보수 언론도 거들었다.

아난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대결 양상은 재현됐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아난 총장에 대해 강한 지지를 표명했고 영국도 이에 합류했다.

여기에 191개 회원국이 8일 총회에 앞서 이례적으로 1분간 기립박수로 아난 총장을 맞이하자 미국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9일 미국은 아난 총장이 직책을 계속 수행하기를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의 입장 선회는 이라크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내년 1월 이라크 총선을 잘 치르려면 유엔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

이라크 총선을 감독할 유엔 직원 배치와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개설에 아난 총장이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미국은 당분간 아난 총장을 달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혜윤 기자 parkhy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