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행세 미국인’ 는다…反美감정에 ‘험한 꼴’ 당할라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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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변방 촌스러운 나라의 시골 샌님.’

대다수 미국인들은 캐나다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2001년 4월 미국 CBS방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98%는 8년 동안이나 현직을 지켜온 캐나다 총리의 이름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해외여행을 하다가 반미감정 때문에 ‘험한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캐나다인으로 위장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인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외국인이 많아지자 미국인들이 캐나다인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잎 모양이 그려진 스티커를 여행용 가방에 부착하는 것. 여기에다 단풍잎 문양이 들어가거나 캐나다(Canada)라는 빨간색 영문 글자가 쓰인 티셔츠를 입으면 더욱 완벽해진다.

같은 영어권에 생김새까지 비슷해 스티커 몇 장만으로도 캐나다인 행세가 가능하지만 일부 치밀한 미국인은 위장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인다. 캐나다식 영어를 공부하고 캐나다에 대한 상식을 늘려 만약 있을지도 모를 질문에 대비한다는 것.

이렇다 보니 캐나다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점, 캐나다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등 캐나다에 대한 정보를 담은 ‘캐나다 사람 행세하기’란 제목의 책이 출간돼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심지어 ‘티셔츠킹 닷컴’(www.T-shirtking.com)은 ‘캐나다인은 어떻게 얘기하나’란 책과 단풍잎 스티커, 캐나다 국기가 그려진 티셔츠(사진) 등을 한데 묶어 24.95달러(약 2만6200원)에 팔고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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