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사관 피습]3중차단막 뚫고 기관총 쏘며 돌진

  • 입력 2004년 12월 6일 2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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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지다 주재 미국영사관 피습사건은 미국 행정부가 그동안 우려했던 가능성이 현실화한 것이다.

특히 이번 테러는 이중 삼중의 차단막으로 둘러싸여 요새나 마찬가지인 미국영사관이 뚫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사우디는 미국인 및 미국 시설에 대한 테러와 자국 왕정체제 타도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강도 높은 보안조치를 실시해 왔다.

▽폭탄 공격 후 난입=이날 오전 11시 15분경 지다 주재 미국영사관에 폭발물이 투척됐다. 엄청난 폭발 직후 무장괴한 5명이 기관총을 난사하며 들이닥쳤다. AP통신은 괴한들이 수류탄을 던졌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때 정문을 지키던 사우디 경비원 등 5명이 숨졌다.

괴한들은 영사관 단지의 한 건물로 들어가 군경과 맞섰다. 건물에 있던 현지인 직원 18명은 인질 신세가 됐다. 한 서방 외교관은 “불시에 들이닥친 무장괴한들 때문에 직원들이 단순히 갇힌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전으로 두 개의 거대한 연기구름이 영사관 상공으로 치솟았다. 사우디 경찰 헬리콥터 2대가 영사관 상공을 선회하며 진화에 나섰고 앰뷸런스들이 급하게 오갔다.

▽협상 대신 신속 진압=사우디 군경은 처음에는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괴한들이 인질들을 해치겠다고 위협하자 군경은 전격적인 진압작전에 나섰다.

군경이 작전을 시작한 뒤 치열한 교전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교전은 오래지 않아 그쳤다. 사우디 내무부는 괴한 3명을 사살하고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피습 3시간 만인 오후 2시 15분경이었다. 순식간에 진압된 셈이다.

전체 부상자와 부상자 중 현지인 직원 2명 및 경비원 2명이 같은 사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불안한 사우디=지난해 연이은 테러 이후 영사관은 요새화됐고 경비도 아주 강화됐기 때문에 이번 테러는 외국인에게 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사우디에서는 외국인, 특히 미국인을 노린 각종 테러가 끊이지 않았다.

2003년 5월 리야드 외국인 거주단지에서 자폭 테러가 일어나 35명이 숨졌다. 같은 해 11월에도 리야드에서 자폭 테러로 17명이 희생됐다. 올해 5월 호바르에서는 도시게릴라식 테러가 일어났고 같은 달 얀부에서도 서방 출신의 민간인 6명이 살해됐다. 6월에는 미국인 폴 존슨 씨가 납치돼 참수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AFP통신은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출신국인 사우디에서 2003년 5월 이후 각종 테러로 약 9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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