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국發 환율태풍 오나…변동환율제 도입 시사로 촉각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8시 14분


미국 약(弱)달러 정책의 타깃이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알려진 가운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환율정책 변경 가능성을 시사해 중국의 변동환율제 채택시기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경제가 위축될 경우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된다.

23일 중국의 주요 일간지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남미를 방문 중인 후 주석이 “중국은 향후 시장의 수급 상황에 맞춰 점진적으로 환율 유연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후 주석은 이에 앞서 2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환율시스템을 변동환율제로 변경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현재 1달러를 8.28위안으로 묶어놓고 하루 변동 폭을 상하 0.3%로 제한하는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위안화 가치도 함께 떨어져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더욱 강화됐다.

미래에셋증권 이덕청 경제채권팀장은 “중국이 내년에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한 이후 시간을 두고 변동환율제로 이행해 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투자금융회사들도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중국이 변동 폭을 3∼5%로 확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무역적자가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에서 주로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위안화 절상은 추가적인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또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과 내수가 위축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 물량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대중 수출 금액은 올해 1∼10월 409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47%나 급증했다.

한국무역협회 양평섭 연구위원은 “대중 수출의 70% 이상은 중국 수출품의 중간재로 쓰이는 부품 및 원부자재로 중국 수출이 둔화되면 우리의 대중 수출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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