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美국가정보국 신설법안 통과저지에 입김說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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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정보기구 개편 법안이 20일 미 하원에서 표결 처리되지 못한 것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사진)이 기획한 ‘음모’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법안에 따라 국가정보국(NID)이 신설되면 국방부의 정보관련 예산이 새 조직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권력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한 럼즈펠드 장관이 하원 보수파 의원들을 움직여 표결을 무산시켰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USA 투데이 인터넷판도 이날 국방부가 주로 관장해 온 400억달러의 정보예산이 국가정보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둘러싼 논란이 미 행정부 내 권력다툼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로 드러난 정보기구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처별로 흩어진 정보를 한곳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정보기구 개편법안 제정을 추진해 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칠레로 가는 전용기에서 의회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호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20일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던 표결 처리는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럼즈펠드 장관은 그동안 NID 신설이 군의 정보 접근을 제약하고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도 정보기구 개편을 반대하는 내용의 편지를 하원 의원들에게 보냈다.

파장을 의식한 듯 국방부 대변인실은 럼즈펠드 장관 개입설을 즉각 부인했으나 민주당은 “대통령이 국방장관 및 극우파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논평했다.

로버트 메넨데즈 민주당 하원의원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통수권자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모든 일을 벌일 수 있음을 유감없이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패트 로버츠 공화당 상원 정보위원장은 “법안을 둘러싸고 많은 반대의견이 있었다”면서 “반대자 중에는 펜타곤(국방부)도 있었고, 심지어는 백악관 관계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칠레 현지에서 “(정보기구 개혁)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데 대해 실망했다. 나는 이 법안이 막판에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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