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칠레서 더 팽팽히 맞섰다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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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력히 비판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를 계속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과 중국 잠수함의 일본영해 침범 등으로 가뜩이나 불편한 양국 관계는 앞으로도 긴장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후 주석은 이날 칠레 산티아고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지도자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중일간의 정치적 장애”라며 “역사는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다. 적절히 대처하기 바란다”고 참배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후 주석의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속 참배할 뜻을 분명히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회담은 예정시간인 30분을 넘겨 1시간 이상 계속됐으나 역사문제로 설전을 벌이느라 3년 이상 단절된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은 의제에도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은 “내년은 반(反)파시스트 세력이 승리를 거둔 지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며 일본 정부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성의를 갖고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본의 아니게 전쟁에 나가 희생된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기 위해 참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도통신은 “후 주석의 발언은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부드러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일본 정부는 역사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물러나고 후 주석이 취임함에 따라 관계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후 주석이 강경한 어조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거론하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문제 삼아 고이즈미 총리의 중국 방문을 거부해 2001년 10월 이래 3년 넘게 정상 상호 방문이 끊긴 상태다.

이날 양국 정상은 북핵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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