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내각이 온통 충성파로 채워진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후임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명된 것에 대해 16일 미국의 주요 언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대신 충성파들로 내각을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사설에서 “파월 장관의 엄청난 능력과 온건한 이미지가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을 변호하는 데 낭비됐다”며 그의 사임을 아쉬워했다.

이 신문의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팔루자의 저항군을 다루듯이 국무부를 뭉개버렸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파월 장관은 서커스단에서 곡예 코끼리의 뒤를 쫓으며 배설물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그는 외교정책 과정에서 이성을 강조한 인물”이라고 썼다.

미국 양대 신문사의 부시 대통령 비판은 미국 독자에겐 낯선 장면이 아니지만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2주 만에 내놓은 인사 카드에 이렇게 원색적인 비판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 언론이 파월 장관을 두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온건파이고, 외교협상 중시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미국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더 얻을 수도 있었다”면서 “해외방문 외교를 더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USA투데이는 “그도 (결국에는) 명령을 따르는 좋은 군인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번 인사의 결과로 부시 대통령의 직접 장악 및 외교안보팀의 통일된 목소리를 전망했다.

이 신문은 백악관 참모의 국무부 집단이동 가능성을 점치면서, 국무부가 부시 충성파의 손끝에 놓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몇몇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