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팔루자 공습 "헛다리 짚었다"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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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총선 이전에 저항세력을 진압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미군 관리를 인용해 저항세력의 뿌리를 뽑기 위해 시작한 대대적인 팔루자 공세에도 불구하고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테러단체를 비롯한 주요 저항세력의 지도부가 이미 팔루자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과 이라크의 미국 고위 관리들은 "2000~3000명에 이르는 저항세력이 팔루자를 이미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의 팔루자 공세가 진행되는 동안 저항세력들은 8일 하루에만 바그다드 키르쿠크 사마라 등 이라크 전역에서 130건의 공격을 가했다. 하루 평균 공격건수인 80건보다 급증한 것. 저항세력의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사라진 것과 동시에 저항세력의 공격이 광범위하게 벌어진 것도 뭔가 연계점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NYT는 팔루자 공격만으로는 저항세력을 소탕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사마라 지역에서처럼 저항세력들이 미군의 작전이 끝난 뒤 다시 팔루자에 침입해 세력을 재규합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근거지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저항세력들은 이미 미군의 팔루자 공세 이전부터 대비책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항세력의 중간급 간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전직 이라크군 소령 출신의 아부 할리드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항세력 지도자들은 미군의 공격이 시작되기 이틀전(5일) 회의를 열어 저항세력의 절반은 도시를 떠나고, 절반이 남아 전투를 벌이자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미군이 예상보다 미미한 저항을 받으면서 팔루자에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인 셈이다.

미군의 대대적인 팔루자 공세가 새로운 저항세력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할리드는 "미군이 도시를 장악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번 공격으로 집을 잃고 체포된 사람들의 분노가 쌓이면 이들이 저항세력에 가세하고, 장기적으로 미군이 통제력을 잃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저항은 팔루자에서만 있는게 아니다. 앞으로 사마라, 바쿠바, 탈 아파 또는 남부의 도시에서도 저항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도 일부 전략 수정에 나섰다.

이라크내 다국적군 사령관인 토머스 메츠 중장은 "팔루자 공격은 저항세력을 지원하는 고리를 끊는다거나 자르카위를 체포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며 "이번 공격으로 저항세력의 피난처를 없애고, 다가오는 총선을 안전하게 치를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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