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열화우라늄탄 후유증 논란

  • 입력 2004년 11월 3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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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때 미군이 사용한 열화(劣化)우라늄탄 후유증 논란이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열화우라늄탄은 핵 발전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우라늄을 활용해 관통력을 월등히 높인 대전차 철갑탄이나 포탄 등을 일컫는다. 》

▽발단=미 육군 수송부대 운전병으로 이라크에 파병된 제럴드 달렌 마슈는 지난해 9월 얼굴에 덕지덕지 종기가 생기고 까닭 모를 편두통에 시달리는 신체 이상 때문에 본국으로 송환됐다.

귀국한 뒤 곧 부인이 임신했고 올해 6월 딸을 얻었다. 그런데 신생아는 왼손 손가락이 2개뿐이고 오른손 손가락은 거의 생기지 않은 기형아였다. 부부의 가계에는 선천적 장애아가 없었기에 마슈씨는 열화우라늄 영향을 의심했고 전에 미군 병사의 열화우라늄탄 노출 문제를 보도한 적이 있는 뉴욕 데일리 뉴스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신문은 전문기관에 맡겨 마슈씨의 오줌을 조사한 끝에 열화우라늄 방사선 잔유물을 확인해 지난달 29일자에 이 사실을 보도했다.

▽논란=미 육군은 편두통 등 전쟁 후유증을 인정해 마슈씨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열화우라늄 방사선이 검출된 오줌검사 결과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5∼6월 이라크 현장조사를 했던 일본 게이오대의 한 연구자는 “마슈씨가 열화우라늄에 노출돼 정자가 어떤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것으로 도쿄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이 연구자는 또 표적에서 빗나가 땅속에 박힌 많은 열화우라늄탄이 모래와 물을 오염시키고 있어 현재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각국 군인이 열화우라늄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책=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기관인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은 6월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건강상의 영향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내용의 홍보책자를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민간기구 ‘열화우라늄무기 금지 시민네트워크’는 “미국의 장애아 출산을 거울삼아 열화우라늄 후유증을 염두에 두고 귀환 병사에 대한 철저한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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