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베이징 올림픽은 이미 시작됐다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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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웠다.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막판 투혼이 보여주듯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다. 이만한 국력으로 종합순위 9위를 차지한 것은 장한 일이다. 제 역할 못하는 정치, 길이 안 보이는 경제 속에서도 묵묵히 땀 흘린 결과다. 우리 모두는 이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렇다고 신발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메달을 몇 개 더 따느냐도 중요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용틀임할 중화(中華) 민족주의, 패권주의 앞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맞설 것인가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경기에서도 이기고, 외교 경제적으로도 결코 얕보이지 않도록 나라의 힘과 위상을 키워야 한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크다. 올림픽에 이어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까지 치르고 나면 국내총생산(GDP) 2조달러로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향후 30년간 8∼10%의 고도성장으로 금세기 중반에는 미국을 능가할 것”이란 장담이 나오는 판이다. 일본과 우리가 1964년 도쿄 올림픽과 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국가발전을 몇 단계 앞당긴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야심차다.

베이징 올림픽은 우리에게도 기회일 수 있다. 3년 전 베이징 올림픽 유치가 결정됐을 때 산업자원부는 “‘베이징 특수’로 우리도 8% 이상의 안정적 성장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성장은 고사하고 갈수록 줄어드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 때문에 ‘베이징 특수’는 누려 보지도 못하고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란 우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려를 기회로 바꿔 나가야 한다.

중국이 올림픽 성공을 위해 한반도와 대만 문제에 유화적 태도로 나올 것이란 전망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인권 시비로 대회 보이콧 얘기가 나올 가능성을 우려해서라는 것인데 이를 활용해 고구려사 문제의 해결에도 유리한 발판을 구축해야 한다. 제 역사 하나 지켜내지 못한 채 베이징에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성화는 꺼지고 세계는 일상(日常)으로 돌아갔지만 베이징 올림픽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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