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 아시안컵 결승 앞두고 '전운'

  • 입력 2004년 8월 6일 17시 21분


코멘트
7일 저녁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중국과 일본간의 아시안컵 축구 결승전을 앞두고 양국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미 양국간 민족감정이 개입된 '축구전쟁'으로 비화된 때문이다.

▽중국=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이 4일 중국 축구팬들의 '문명적 관전'을 촉구한 이후 언론들도 이에 동조하는 논조의 글을 싣고 있다.

중국청년보는 '우리는 일본을 지켜보지만 세계는 우리를 지켜본다'는 사설에서 "일본이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불미스런 행동을 한다면 세계는 우리를 예의도 없고 스포츠 정신이 결핍된 민족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축구팬들의 질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인터넷사이트에 오른 네티즌들의 반일감정은 이미 설득의 한계를 넘어선 느낌이다.

한 네티즌은 "이번 결승전은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닌 결코 질수 없는 전쟁"이라며 "과거 항일전쟁 시기 일본에 점령됐던 베이징에서 또다시 일본에 진다면 수도에 대한 모독"이라고 흥분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중국은 늘 관용해왔지만 일본은 댜오위다오(釣魚島)사건을 일으키고 동중국해에서 석유자원을 빼앗으려 하고 있으며 더구나 과거 역사에 대해 전혀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며 "승리만이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경기 당일 만약의 불상사가 빚어질 것에 대비해 6000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하는 한편 2000여명의 일본 관중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특정 관람석에 따로 앉히고 경찰 1000명을 별도로 배치할 예정이다.

축구팬들의 민족정서까지 가세하면서 결승전 경기표는 거의 동난 상태다. 4만3000장의 입장권중 200위안(약 3만원)짜리 일반석은 판매 첫날인 4일 매진됐으며 6일 4배인 800위안(약 12만원)에 암표로 거래되고 있다. 400위안(약 6만원)짜리는 암표상들이 1000위안(약 15만원) 넘게 부르고 있다.

현재 800위안과 2000위안짜리 로열석만 일부 남은 상황이라고 대회 관계자는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