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사태 인접국가 ‘후폭풍’…잉구셰티야-다게스탄 테러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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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슨 죄가 있나요?”

체첸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변에 있는 다른 러시아 내 자치공화국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항하는 체첸 반군이 인근 지역으로 전장을 확대하면서 테러와 인질극 등 유혈사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밤(현지시간) 반군의 기습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70여명이 목숨을 잃은 잉구셰티야와 역시 반군의 끊임없는 테러에 시달리고 있는 다게스탄의 피해가 특히 크다. 22일 잉구셰티야를 긴급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치공화국들을 러시아 본토처럼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며 미안해했다.

잉구셰티야인과 다게스탄인은 체첸인과 인종적으로 가깝고 종교도 같은 이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분리 독립을 원하는 체첸과 달리 러시아연방에 남기를 원하고 있다. 반군은 이들 공화국을 ‘러시아에 협조하는 배신자’로 보고 러시아에 대해서처럼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다.

4월에 무라트 자지코프 잉구셰티야 대통령이 반군의 자살폭탄 공격을 받았으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1999년에는 다게스탄의 카스피스크 등에서 폭탄테러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반군이 벌인 대규모 인질극으로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반군 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체첸을 중심으로 카프카스 지역에 이슬람공화국을 세우겠다며 주변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도 위협적이다. 1999년에도 반군이 다게스탄을 점령하기 위해 침공한 것이 2차 체첸전쟁 발발의 원인이 됐다.

전투가 격화될 때마다 몰려드는 난민도 골칫덩어리다. 인구가 30만명밖에 안 되는 잉구셰티야는 한때 20여만명의 체첸 난민을 수용하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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