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테러 희생 日 프리랜서기자 뒷얘기

이라크 바그다드 교외에서 5월27일 무장 세력에 피살된 일본인 자유기고 사진기자 하시다 신스케(橋田信介·61)씨의 작은 소망이 사후에나마 이뤄지게 됐다.

그의 유족과 시즈오카(靜岡)현 누마쓰(沼津)로터리클럽 회원들은 전쟁통에 왼쪽 눈을 실명한 모하메드(10)군을 치료해주려던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6월중 소년을 일본에 데려와 수술해주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31일 전했다.

하시다씨는 베트남 전쟁 취재 이래 30여년간 캄보디아 보스니아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을 누벼온 전쟁사진 전문가. 그는 올해 3월 미군과 이라크 저항세력이 격전을 벌이던 팔루자를 취재하다 만난 한 이라크인으로부터 "미군 총격을 받을 때 왼쪽 눈에 유리 파편이 박혀 아들이 실명했다"는 말을 듣고 소년을 돕게 됐다. 귀국 후 치료비 지원 약속을 받아내고 수술 병원 물색까지 마친 그는 다시 이라크로 건너갔다.

그는 조카인 오가와 고타로(小川功太郞·33)씨와 함께 떠난 이번 이라크 취재가 끝나면 모하메드군을 데려오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는 모하메드군과 요르단의 암만으로 떠나기로 약속 했던 사흘 전 피살되고 말았다.

남부 사마와를 떠나 바그다드로 향하던 중 하시다씨 등과 피격당했던 이라크인 운전사는 "그에게 '저녁 때는 위험하다'며 바그다드행을 하루 미루자고 했지만 '일본에 아이를 데려갈 약속이 다 정해져 있어 안 된다'며 서둘렀다"며 안타까워 했다.

하시다씨를 '할아버지'로 부르며 따르면 모하메드군은 30일 교도통신 바그다드지국에 아버지와 함께 찾아와 "왜 그런 분이 죽어야 하느냐"며 흐느꼈다고 한다. 모하메드 소년은 "일본에 가 눈을 고치게 되면 할아버지 묘역에 장미 한 송이를 바치고 코란 한 구절을 낭송해드리겠다"며 울먹였다.

위험한 전장을 누벼온 하시다씨는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목숨이란 써야 할 때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해 왔다고 한다. 어른들이 일으킨 어두운 전쟁 속에서 빛을 잃게 된 소년에게 광명을 다시 전해주며 세상을 마감할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일까.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