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군정종식 D-30]美, 완벽-전면적인 주권이양 할까

  • 입력 2004년 5월 30일 19시 02분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가 30일 시아파 이야드 알라위(59)를 과도정부 총리로 공식 지명함으로써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이라크 주권이양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주권이양은 지난해 6월 1일 시작된 미국의 군정통치 종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주권이양’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 과도정부가 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치안확보에 필요한 자위력도 외국군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권이양 첫걸음=주권이양에 따라 이라크를 통치해 온 미군 주도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와 IGC는 6월 30일 해체된다. 대신 상징적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2명의 부통령, 실질적 행정수반 총리와 26개 부처 장관으로 구성된 과도정부가 출범한다. 과도정부는 2005년 1월 말 과도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이라크를 이끈다.

‘6·30 주권이양’은 미군에 의한 ‘점령상태’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나 이라크가 주권국가로 접어드는 첫걸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8일 “이라크에 ‘완벽하고도 전면적인(complete and full)’ 주권이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라크 내에는 “주권이양은 이름뿐이며 사실상 미국의 이라크 지배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과도정부 이끄나=과도정부의 색깔은 이라크 주권이양의 방향성을 가늠케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과도정부 석유장관은 기술관료인 타미르 가드반(시아파), 국방장관은 현 외무장관인 호시야르 자바리(쿠르드), 외무장관은 쿠르드애국당(PUK) 당수인 바르함 살리(쿠르드), 재무장관은 압델 압둘 마흐디(시아파), 내무장관은 사미르 수마이디(수니파)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미군정이 임명한 IGC 출신. 특히 알라위 총리지명자도 미 중앙정보국(CIA)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라크 내 반발이 적지 않다.

▽여전한 미군의 힘=미군 주도 연합군은 주권이양 후에도 계속 이라크 치안을 담당할 계획. 그러나 이에 대해 반발이 적지 않다.

수니파 지도자 아드난 파차치 IGC 위원은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7월 1일 출범하는 과도정부는 안보와 외국군 주둔에 대해 결정권을 갖는다”며 독자적 군 지휘권을 주장했다. 프랑스 독일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도 지난주 말 다국적군에 대한 최종 지휘권은 과도정부가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도 “과도정부가 원치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도정부가 미군의 전면 철수를 요구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미군의 계속 주둔은 주권이양의 순수성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실권 없는 정부=부시 대통령의 완전한 주권이양 주장과 달리 과도정부는 새 법률의 제정권 및 조약체결권이 없으며 그동안 CPA가 제정한 각종 법률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또 석유수출 대금에 대한 통제권 등 독자적 재정확보 문제도 기존대로 미국이 독점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정 당국은 방송국의 인허가권을 방송통신위원회로 넘기는 등 분야별 핵심 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이미 자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각종 위원회로 넘겼다. 150여명의 각 부처 및 지방정부 자문관들도 그대로 남아 ‘수렴청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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