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 男’ 푸틴 알고보니 달변가…러 ‘푸틴 어록’ 인기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15분


“러시아는 새처럼 꼭 두 날개로 날아야 합니다.”

문학작품에 나오는 표현이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든 비유다. 최근 모스크바에서 출간된 ‘푸틴 어록’ 중 일부다.

‘푸틴 어록’이 요즘 화제다. 책을 분석한 전문가들이 “역시 푸틴 대통령은 역대 러시아 지도자 중 최고의 화술을 가졌다”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무뚝뚝한 표정에 옛 소련 비밀경찰 출신이라는 편견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말을 잘한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쉽게 얘기하지만 핵심은 정확히 전달하고 비유까지 풍부한 푸틴 대통령의 말솜씨는 단연 돋보인다는 평.

푸틴 대통령은 우수한 인력의 해외 유출로 고민하는 과학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뇌유출이 있다는 것은 어쨌든 우리에게 (유출될) 두뇌가 있다는 얘기 아니냐”며 “힘을 내자”고 격려했다. 또 “(대통령이) 헌법의 범위를 벗어난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 되겠지만 가끔 그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털어놓으며 늘 이런저런 문제가 끊이지 않는 러시아를 이끌어 나가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인 번역가인 마이클 버디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5년 동안 계속 70%가 넘는 지지를 유지하는 가장 큰 비결은 설득력 있는 말”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도 ‘말로는’ 밀리는 법이 없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여러 차례 말실수로 웃음거리가 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러시아 어문 연구가들은 가장 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사실은 촌스러운 남부 사투리에 문법도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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