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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7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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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상황이 거듭 악화되면서 ‘어떻게 미국의 공교육조차 믿고 맡기지 못하는 행정부에 이라크를 맡길 수 있었나’는 자성의 목소리에서부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무능력이 현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난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목소리로 이라크전의 당위성을 주장했던 1년 전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매파 중 상당수는 부시 행정부가 전폭적인 정책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현 이라크 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침이 마르도록 얘기하는 ‘이라크 민주화’는 이미 물 건너간 환상이라고 맹공하는 사람도 있다.
16일자 뉴욕 타임스는 최근 이라크 전후 처리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고론이 매파 사이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간지이자 네오콘의 대변지로 불리는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 윌리엄 크리스톨조차 “보수진영 내부의 좌절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매파의 대부격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아직까지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해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의 보수논객인 찰스 크라우스머와 윌리엄 사파이어 등이 럼즈펠드 장관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라크 총선 시기를 앞당기고 미 국방장관을 새로 임명하는 등의 이라크 ‘철수 전략(exit strategy)’은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클리 스탠더드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케이건은 이라크전에서 ‘미국은 참패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그는 이라크 총선 일정을 9월 30일로 앞당겨 미국의 ‘실수’에 대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이라크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전통적 보수 성향의 시사주간지 내셔널 리뷰는 아예 이라크 내 민주화 정착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뉴욕 타임스의 보수논객 데이비드 브룩스도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유치한 환상을 갖고 있었고 이제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탈진 상태에 빠져버린 패권국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문명의 충돌’ 저자 새뮤얼 헌팅턴 미 하버드대 교수는 “선제공격을 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는 ‘첫 번째 전쟁’의 승리는 시간 문제였지만 이후 이라크 국민과의 ‘두 번째 전쟁’에서 미국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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