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반군 '푸틴2기'에 직격탄

  • 입력 2004년 5월 10일 00시 00분


러시아 최대 국경일 가운데 하나인 2차대전 승전기념일 행사가 진행 중이던 체첸 수도 그로즈니의 디나모 스타디움은 폭탄테러 직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귀빈석 주변은 사망자와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부상자들이 즐비했으며 매몰된 부상자를 구출하려는 경찰과 군인들이 뒤엉켜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사건 당시 디나모 스타디움은 군사 퍼레이드와 기념 음악회를 보기 위해 몰려든 군중들로 가득 차 있었다.

NTV 등 러시아 TV 방송들은 물론 CNN 등 주요 외신들은 폭탄테러 장면을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모스크바 등 러시아 전역에서 축하행사가 한창일 때 아흐마드 카디로프 대통령이 테러로 피살됨에 따라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제2차 체첸 사태는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지난해 10월 카디로프 대통령 정부 출범과 함께 체첸 사태가 정상화됐다고 선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벌써부터 러시아의 대(對)체첸 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반군의 저항 역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군은 최근 반군을 이끌고 있는 체첸 망명 정부의 아슬란 마스하도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인 7일과 승전기념일인 9일 이전에 그를 체포해 반군을 와해시킨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마스하도프가 이끄는 반군의 기습 테러에 당한 꼴이 돼 버렸다. 러시아군은 이번 테러로 체첸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발레리 바라노프 북(北)카프카스 주둔군 사령관까지 큰 부상을 입는 피해를 봤다. 러시아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반군의 격렬한 저항만을 부른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체첸 명망 인사 중 유일하게 러시아를 지지해온 카디로프의 사망은 러시아에게는 큰 타격이다. 카디로프는 정치지도자일 뿐 아니라 이슬람교의 종교 지도자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체첸을 직접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체첸인의 자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온 러시아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크렘린은 일단 세르게이 아브라모프 체첸 총리를 대통령 대행으로 내세웠지만 지명도 있는 체첸인 지도자를 찾을 수 없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반군은 게릴라전과 테러를 통해 러시아에 맞서왔다. 이 때문에 모스크바 등 러시아 전역에서 자살테러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체첸 사태로 사망한 러시아군의 수는 공식발표로만 2000여명이다.

한편 이번 테러로 아들란 카사노프 기자을 읽은 로이터통신 제르트 린네뱅크 편집국장은 “그는 위험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일한 훌륭한 저널리스트였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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