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테러 비상]"테러리즘서 聖火 지켜라"

  • 입력 2004년 5월 6일 19시 28분


《제28회 하계올림픽을 꼭 100일 앞둔 5일, 개최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테러로 보이는 폭발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서 주차장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두고 그리스 당국은 “올림픽과는 무관한 국내 극좌파의 소행”이라고 설명했으나 ‘인류 최대의 축제’를 앞둔 세계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테러 위협에 긴장하는 아테네 올림픽과 그 보안 상황을 긴급 점검한다.》

아테네 연쇄 폭발사건이 그리스 당국의 주장대로 국제 테러 조직과는 상관없는 극좌파의 소행이라고 하더라도 개최지 아테네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올림픽은 이미 ‘테러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는 사상 최대의 경비와 인원을 동원해 ‘올림픽 보안’을 장담해 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안전망에 구멍이 뚫린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술렁이는 세계=미국과 호주는 폭발사건 이후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올림픽은 예정대로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6일 호주올림픽위원회 존 코츠 위원장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호주 선수단에 대한 무장 경비를 바란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호주 정부는 보안정보국에 아테네 올림픽 보안 상황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장 프랑수아 라무르 프랑스 체육부 장관도 이날 “프랑스 선수단에 대한 경비 방안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올림픽 대회 기간 중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는 대로 바로 귀국시킬 계획이다.

영국에서는 자국 선수단의 안전을 위해 자체 경비 병력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외국 무장 병력의 입국을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사건의 진상 조사를 대테러 부대에 지시했다.

▽국내외적 부담=이번 사건에서 보듯 그리스 내의 극좌파 세력과 갱들은 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그리스는 항상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의 ‘사정권’에 놓여 있다.

보스니아나 터키를 비롯해 불가리아 알바니아 등 급진 이슬람 세력이 많은 국가들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발칸반도 지역은 서유럽에 비해 폭발물 밀매가 쉬워 테러 우려가 높다. 테러리스트들은 그리스에 입국하기 어려워질 경우 인근 발칸반도에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효과 극대화=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은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테러 단체에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아테네 올림픽은 202개국(예정)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아테네 올림픽(8월 13∼29일)은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7월 26∼29일·보스턴) 직후, 공화당 전당대회(8월 30일∼9월 2일·뉴욕) 직전 열린다. 미국을 겨냥한 테러라면 ‘테러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아테네 올림픽과 민주, 공화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효과를 노린 테러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안은 어떻게=그리스 정부는 아테네 올림픽 보안을 위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의 4배가 넘는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경비를 쏟아 부었다. 대회 기간 중 경기장 안팎에는 4만5000명 이상의 군경이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사용을 비롯한 다각적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아테네 등 주요 도시에 패트리엇, 스팅어, 호크 미사일 등을 이용한 ‘미사일 우산’을 구축해 항공기 공격에 대비할 예정이다. 또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호주 등이 포함된 7개 국가의 ‘국제 자문단’으로부터 대회 보안에 관한 도움을 받기로 했다.

▽미국의 또 다른 고민=미국 선수단은 테러리스트의 가장 큰 표적이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미국 선수단은 아테네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스페인 영국 등과 함께 ‘테러 위협이 높은 국가’로 분류돼 그리스 당국으로부터 특별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프로농구(NBA) 스타들로 구성돼 이른바 ‘드림팀’으로 불리는 남자 농구팀과 일부 육상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지정된 선수촌 대신 외부 숙소 이용을 고려하고 있어 보안 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한편 테니스 스타인 세레나 윌리엄스는 “테러가 무서워 올림픽 불참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고, 호주올림픽위원회도 “참가 여부는 선수들의 자유의사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자칫 테러 위협이 올림픽의 ‘수준’을 낮출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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