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이슬람-軍警충돌 112명 사망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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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발 ‘종교 갈등’이 동남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간 유혈사태로 나흘간 20여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부상하는 등 ‘국지적 내전’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태국 남부에서는 이슬람분리주의 세력과 군경의 교전으로 최소 112명이 사망했다. 종교분쟁 성격을 띤 유혈사태가 확산되자 말레이시아는 즉각 태국과의 접경지역 경비를 강화하는 등 인근 국가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인도네시아 무력 충돌과정에는 알 카에다와 연계된 동남아 이슬람 테러조직인 제마 이슬라미야도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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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주의로 치닫나=28일 태국에서 무장세력이 경찰서 및 군 검문소를 연쇄 공격한 곳은 얄라 송클라 파타니 등 이슬람교도들이 집중 거주하는 지역으로 그동안 이슬람분리주의 반군 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곳이다.

경찰은 이날 무장세력 색출작전에 나서 파타니 크루예시 사원에 있던 무장세력 32명을 포함해 남부지역에서만 107명을 사살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3명과 군인 2명이 숨졌다. 무장세력은 대부분 ‘마체테’라는 벌채용 칼로 무장하고 있었다.

남부지역 경찰책임자 푸룽 분탄둥은 “무장괴한은 이슬람 과격파로 추정되는 10대 젊은이들이었다”며 “무장괴한들의 공격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으며 마치 자살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탁신 시나왓 총리는 이번 소요사태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괴한들은 몇 자루의 칼과 총으로 무장한 정도여서 정부 보안군은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 “1월 4일 나라티와트에서 일어난 군 무기고 습격사건처럼 보안군으로부터 무기를 탈취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슬람 테러조직과의 연계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이번 공격이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해 즉각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해 비상대책을 논의했다.

▽종교전쟁터 된 인도네시아=1999∼2001년 900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가까스로 무마된 말루쿠 섬의 종교분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특히 알 카에다와 연계된 동남아 이슬람 무장조직인 제마 이슬라미야도 이번 사태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져 테러조직의 ‘반미 전선’이 동남아지역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간 유혈충돌이 시작된 지 나흘째인 28일에도 말루쿠 섬 중심 도시인 암본의 기독교도 집단 거주지역에서는 폭발음과 총성이 계속됐다. 또 경찰관 3명의 시신이 트럭에 실려 암본 최대 이슬람사원인 알파타 사원으로 옮겨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수십명의 이슬람교도들은 이슬람사원으로 집결해 창과 몽둥이를 흔들면서 기독교에 대응한 ‘성전’을 외치기도 했다.

암본에서는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 거주지역 사이에 바리케이드와 검문소가 설치돼 사실상 통행이 차단됐다. 이번 사태는 25일 암본 시내에서 기독교도로 이뤄진 말루쿠주권전선이 창설 기념행진을 벌이자 이슬람교도들이 항의하면서 촉발됐다.

네덜란드 식민통치 기간 중 교육혜택을 받았던 기독교계는 1990년대 초까지 이 섬의 지배층이었다. 그러나 수하르토 정권이 인근 섬에서 이슬람계 종족을 다수 이주시키면서 갈등이 싹텄다. 현재는 200만명의 인구 중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비율이 비슷한 상황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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