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풍전등화’…"사임해야" 여론 53%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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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최대의 정치적 시련을 맞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창설자 아메드 야신 암살사건으로 세계적 비난 여론에 직면한 데다 국내에서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기소 여부에 상관없이 이미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후임자를 거론할 정도.샤론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을 철수시키려던 구상도 불투명해졌다.

▽고조되는 퇴진 목소리=이스라엘 언론은 ‘샤론 퇴장은 시간문제’라며 그의 퇴진 이후 정치 시나리오까지 거론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하아레츠지는 29일 “주사위는 던져졌다. 샤론은 총리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고 선언했다.

유력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샤론 총리의 사임에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2001년 취임 초 75%에 달했던 지지율은 현재 41%로 추락했다.

검찰은 이미 기소 의견을 올린 상태이며 검찰총장은 한 달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야당은 물론 연정 제휴 정당인 시누이당 의원들까지 샤론 총리에게 기소되면 즉시 퇴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강경 우파가 퇴진 압박에 앞장서고 있다. 샤론 총리가 제시한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 계획을 백지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정이 분열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샤론 총리는 29일 의회 연설에서 “연정 파트너들이 가자지구 철수에 반대해 연정에서 탈퇴하면 즉각 새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는 다음달 14일 워싱턴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가자지구에 대한 샤론 총리의 일방적 조치에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어떤 사건 때문에?=샤론 총리가 외무장관으로 재직하던 1999년 아들 길라드 샤론이 부동산 개발업자이며 집권 리쿠드당 막후 실력자인 아펠에게서 휴양지 개발사업권 입찰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70만달러를 받았다.

길라드 샤론씨는 부동산 관련 일을 전혀 해보지 않은 인물. 샤론 총리는 연루 사실을 부인하지만 여론은 아들이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기소 결정을 내리면 최종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샤론 총리는 직무가 정지된다.

그가 물러나면 후임에는 팔레스타인 강경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샤울 모파즈 국방장관,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 실반 샬롬 외무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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