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강제징용, 국가 책임 있다’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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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강제 연행됐던 중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일본의 지방법원이 처음으로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전후(戰後) 보상과 책임 문제에서 회피성 논리로 일관해 온 일본에 아직 양심이 남아 있음을 보여 주는 예라고 하겠다.

상급 법원이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떤 최종 결론을 낼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일본 교토(京都)고등법원이 다수의 한국인이 희생된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에 대해 지방법원의 2001년 원고 승소 판결을 뒤엎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소송에서 국가배상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국가행위에 대해 개인의 배상 청구가 불가능하며, 불법 행위 시점에서 2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자동 소멸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부가 강제 징용 실태 보고서를 소각하는 등 소송을 실질적으로 방해했다며 정부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에 제동을 건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본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본 정부의 자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기를 촉구한다. 한국인 일본군위안부 및 강제 징용자에 대한 배상과 사과는 법을 따지기 이전에 도덕과 윤리에 관한 일이다. 더욱이 이번 재판에서 드러난 것처럼 자신의 죄악을 은폐하고 호도하려 했다면 일본 정부의 기존 주장은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이제라도 과거의 죄업을 씻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본 법원도 앞으로 유사한 재판에서 ‘역사’를 잊지 않는 자세를 견지하기 바란다. 그것만이 주변국 피해자들의 한(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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