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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16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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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의 테러 연계가 스페인 정부의 이라크 파병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을 확산시키고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집권 여당이 초반부터 자유조국바스크(ETA)를 지목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 테러가 민주주의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첫 사례인 스페인 총선은 이처럼 한편으로는 지구촌 일부 국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분리주의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 분리주의 현장=분리주의 움직임은 종교와 인종, 민족주의, 식민주의 유산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분리주의 운동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이 운동이 당사자들에게는 독립운동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이라크 파병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는 쿠르드족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나라도 없이 중동지역에 흩어져 있다는 점에서 제2의 팔레스타인으로 불리는 쿠르드족은 이라크 전쟁 초기부터 독립이라는 대가를 기대하면서 미국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터키 내 1000만명에 이르는 쿠르드족의 동요를 우려하는 터키 정부의 반대가 극심하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와의 갈등을 빚고 있는 체첸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 상태다. 지난해 12월 모스크바 크렘린 궁 앞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를 비롯해 테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체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4대 대통령으로 재선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과제 중 하나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경우 강력한 압박 및 당근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등 반정부 지역의 분리 운동을 철저히 억압하는 동시에 최근에는 경제 현대화를 통해 자본주의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 카슈미르 지역의 경우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주민들이 인도로부터 분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종교적 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분리주의 움직임 위축 가능성=분리주의 운동은 강대국들의 엇갈린 이해관계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9·11 이후 확산된 반테러 움직임은 이들의 활동공간을 위축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 터키 등 16개국 정상들이 2002년6월 분리주의 운동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는 '알마티 강령'을 채택한 것도 이들의 활동을 약화시킨 배경이다. 다른 나라의 분리주의를 눈감아주고, 간접적으로 지원했던 나라들이 상호 불개입을 약속하자 별다른 지원세력을 찾지 못한 것.
이번 스페인 열차 폭탄테러이후 관심을 끌었던 ETA의 무죄가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이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스페인 열차 테러를 계기로 이제는 테러가 알 카에다의 소행인지, 다른 단체의 소행인지가 문제가 아니라 테러 자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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