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납치 日마이니치신문 사장 "언론인 책임감으로 견뎌"

  • 입력 2004년 3월 3일 19시 01분


“신문사라는 공공성이 강한 기업이 범인의 위협에 굴복한다면 독자의 신뢰를 잃어버린다. 이는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1월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2시간 만에 풀려난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사이토 아키라(齋藤明·70·사진) 사장이 3일 자사 신문에 납치 경위와 당시 심경 등을 밝힌 장문의 글을 실었다.

사이토 사장을 납치한 범인은 마이니치신문의 관련회사인 한 호텔에 커피재료를 납품하다 거래가 중단된 업자 등 6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이 거래 재개를 요구하기 위해 사이토 사장을 납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이토 사장은 “1월 31일 오전 인적이 뜸한 길을 걷는데 갑자기 뒤에서 봉투 같은 것으로 씌워져 차 트렁크에 밀어 넣어졌다”며 “차가 멈춘 뒤 옷을 벗도록 강요받았으며 대단히 많은 사진을 찍혔다”고 밝혔다.

범인들은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를 세상에 뿌리면 당신은 사장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며 “경찰에 신고하면 인터넷에도 띄우겠다”고 협박했다.

사이토 사장은 “범인의 태도가 정중해 항변할 수 있었지만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었다”면서 “협박을 견뎌낸 것은 신문사를 맡은 사람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을 공표한 데 대해 “사진을 뿌려봐야 창피를 당하면 그뿐이지만 비열한 행위에 대해 침묵하거나 은폐하면 독자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을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의 인권은 생각하지 않고 흥미 위주의 취재가 이어지고 있어 보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슬플 따름”이라며 “이런 태도가 피해자의 신고를 주저케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유감을 표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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