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체니 내려놓고 가나”…“WMD조작 비리 의혹등 부담”

  • 입력 2004년 2월 9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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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본보 기자와 사석에서 만난 전직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는 딕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외교정책을 놓고) 그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면 마치 선생과 제자가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체니 부통령에 대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신임과 의존도를 짐작하게 한다.

그런 체니 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는 부시 대통령에게 ‘힘’이 아니라 ‘짐’이 될 수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9일자)가 분석했다. 여론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이라크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를 비롯한 정보보고서 작성에 체니 부통령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

타임-CNN 최신 설문조사 결과 그가 부통령 후보로 다시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응답자는 42%나 됐다.

체니 부통령이 ‘정경 유착’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도 ‘짐’이 되는 요인이다.

그가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임원을 지낸 미 에너지 대기업 핼리버튼의 부정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현재 체니 부통령이 임원으로 있을 때 핼리버튼사가 나이지리아 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현지 정부 관료에게 1억8000만달러 규모의 엄청난 뇌물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핼리버튼의 자회사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BR)가 쿠웨이트 주둔 미군기지 급식대금을 1600만달러 이상 과다청구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2일자 보도도 의혹의 대상이다. 미 국방부는 쿠웨이트 및 이라크 내 미군기지 식당 50여개와 급식계약을 체결한 KBR에 대한 회계 감사를 벌이고 있다.

정치적 경륜과 중후한 카리스마로 부시 대통령의 든든한 조언자의 이미지를 내세웠던 2000년 대선 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타임은 부시 대통령에게 큰 도움이 돼온 체니 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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