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성지순례]순례객 200만… 참사 부르는 ‘악마의 기둥’

  • 입력 2004년 2월 2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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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사우디아라비아 미나에서 성지순례 도중 대형 압사사고가 일어나고 이라크에서 테러로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우연’만은 아니다.

이날은 세계 이슬람교도의 성지순례인 ‘하지’(이슬람력 12월 8∼14일)의 셋째 날이자 ‘악마의 기둥에 돌 던지기’ 의식이 열린 날이었다. 또 이날은 ‘이드 알 아드하’라고 불리는 ‘제물의 축제’ 의식(이슬람력 12월 10∼12일) 첫날이었다.

두 의식은 이슬람교와 기독교 모두 ‘믿음의 아버지’로 모시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스마엘(기독교의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을 받들던 일에서 시작됐다.

아브라함이 어린 이스마엘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자 악마가 세 번 나타나 “제물로 바치지 말라”고 유혹했다. 아브라함은 굳은 믿음으로 이를 뿌리쳤고 하나님은 그런 아브라함을 어여삐 여겨 결국 양을 대신 바치라고 명을 바꾼다.

이를 기념해 이슬람교도는 이슬람력 12월 10일인 1일 미나 인근 악마의 기둥들을 찾아가 “앞으로 죄를 짓지 않겠다”는 의지로 콩알 크기의 돌을 던진다. ‘이드 알 아드하’는 세 군데 기둥에 돌을 다 던진 후에 양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다.

그러나 이미 3일간의 순례로 사람들이 지친 데다 약 100m 간격의 돌기둥 3개로 수많은 순례자가 일시에 모여들기 때문에 사고가 잦다. 이날도 악마의 기둥으로 인파가 몰려드는 바람에 최소 244명이 압사했다. 94년에는 약 270명, 2001년에는 35명, 지난해에는 14명이 압사했다.

항공 여행의 발달로 매년 순례자가 200만명을 웃돌 정도로 크게 늘어난 것도 한 이유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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