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학사과정 美 초미니大 "수재들 몰려요"

  • 입력 2004년 1월 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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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오전 5시에 기상해 농장일로 하루를 시작하며 교수 채용과 교과과정 수립을 학생 스스로 주도하는 대학.’

미국 캘리포니아주 동부 화이트산맥과 네바다주 접경 사막에 있는 학생 수 26명의 초미니 대학인 디프스프링스대가 독특한 학사과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LA 타임스가 6일 소개했다.

이 대학은 1917년 변호사이자 광산개발업자인 루시언 루시어스 넌이 ‘노동과 학문, 자치’라는 건학이념을 내걸고 남학생 전용의 2년제 인문대학으로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육체노동이 필수. 312km²의 목장을 갖춘 캠퍼스에서 학생들은 소 젖 짜기, 목장 철조망 손질, 화장실 청소, 저녁식사 준비 등 각종 노동을 주당 최소 20시간씩 해야 한다. 등록금과 기숙사비는 공짜.

학생들은 교수 채용을 주도하고 교과과정과 수업방향을 정한다. 필수과목은 작문과 대중연설뿐이다. 올해 선택과목은 철학과 문학에서의 사랑, 캘리포니아 동부 지리, 20세기 미국 연극, 천체과학이다. 강좌당 수강 인원은 평균 4명꼴.

번듯한 학생회관도, 체육관도 없는 캠퍼스지만 미국 전역에서 수재들이 몰려든다. 신입생의 대입수학능력시험(SAT) 평균점수는 1500점 정도로 하버드대에도 지원할 수 있는 수준. 지난해 이 대학 졸업생들은 명문사립인 브라운대, 컬럼비아대, 코넬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및 영국 옥스퍼드대에 편입했다.

개교한 지 86년간 졸업생 수가 1000명이 넘지 않는 이 대학은 1952년 ‘반공주의 선풍’을 몰고 왔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에 맞섰으며 위스콘신주 대법원 판사를 거쳐 현재 90대의 고령에도 연방법원 판사로 활약 중인 토머스 페어차일드 법관을 비롯해 현역 대사들을 다수 배출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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