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성자' 피에프 신부 "인기투표에서 나 빼 줘"

  • 입력 2004년 1월 4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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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인기투표 후보에서 빼 달라."

평생을 빈민구호에 바친 프랑스의 '살아있는 성자' 피에르 신부(91)가 새해 인기투표를 앞두고 이렇게 요청했다. 프랑스인들에게 '아베(Abbe·신부) 피에르'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불리는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에서 실시하는 인기투표마다 1위를 도맡아 놓고 해왔다.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쉬' 4일자는 피에르 신부가 인기투표에서 자신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피에르 신부는 이 주간지가 연초에 실시하는 인기투표에서 17번이나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뽑혔다.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 국민이 나를 그토록 오래 사랑해준 것은 솔직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며 "이제 내 나이 90세를 넘었으므로 젊은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지는 "'아베 피에르'가 2년 전부터 자신을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기투표 순위에서 '아베 피에르'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1912년 리용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피에르 신부는 19세 때 많은 유산과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수도원으로 들어가 사제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49년 자신의 집을 개조해 빈민들의 보금자리로 내놓은 뒤 빈민구호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1954년 2월1일 프랑스 라디오 방송을 통해 파리에서 얼어 죽는 노숙자를 살리자고 호소,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일화는 '겨울 54'라는 영화와 샹송으로도 만들어졌다. 피에르 신부의 빈민구호 운동은 오늘날 44개국에서 350여개 빈민구호 공동체를 운영하는 '엠마우스 운동'으로 발전했다.

'르 주르날 뒤 디망쉬'의 인기투표 결과는 10일 프랑스 2 TV에서 방영된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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