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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2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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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3일 완치 환자 가운데 일부가 관절 등이 썩어 들어가는 괴사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스 치료 과정에서 염증 치료제를 과다하게 투여한 결과라는 것이다.
올해 나란히 사스에 걸렸던 중국 베이징(北京) 시민 장판(25)과 간호사인 부인 쉐웨이(31)는 완쾌를 축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무릎과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계단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다가 최근 장씨는 목발을, 쉐씨는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그들은 사스 투병 중 폐가 불타는 듯하고 숨이 막히는 고통을 막기 위해 염증치료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링거 병을 통해 투여받은 결과 후유증을 앓게 됐다. 혈관이 막히거나 그 밖의 이유로 피가 안 통해 특히 관절 부위가 썩어 들어가는 ‘무혈관 괴사증’에 걸린 것. 이 증상은 주로 엉덩이, 무릎, 발목, 어깨 등 관절 부위에서 고통과 함께 나타나며 관절 부분의 뼈가 바스라지기도 해 결국 뼈 이식이나 대체 수술을 해야 한다.
이 같은 후유증은 특히 중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완쾌 환자(2521명) 중 3명에 1명꼴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사스 확산 초기에 의사들은 항염증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얼마 동안, 얼마만큼 투약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에서 중국 의사들은 다른 나라 의사들보다 훨씬 많은 양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오랫동안 투여했다.
베이징에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성분인 메틸프레드니솔론을 최대 8000mg까지 체내에 남아 있도록 하면서 한 달가량이나 치료했다. 반면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캐나다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는 2000mg 이하를 유지했으며 투여 기간도 보름이 넘지 않았다.
다른 나라 의사들이 병세에 따라 치료 강도를 조절했던 데 비해 중국 의사들은 모든 사스 환자에게 똑같은 치료법을 사용했다.
현재 중국 의사들은 후유증 발생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후유증 연구를 서두르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저널은 사스가 맹렬하게 확산되던 당시 각국이 바이러스 퇴치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치료 방법 등에 대한 정보 교류는 적었다고 지적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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