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이라크방문 美요인 목숨 정조준”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8시 57분


이라크 저항세력은 이라크를 방문하는 미국 요인들을 표적 살해하기 위해 밀착추적 중이며, 최근 공세를 강화 중인 이라크 북부지역 저항세력의 지휘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자트 이브라힘 알 두리 전 혁명평의회 의장이 맡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 당국은 10월 26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의 체류 중 로켓 공격이 있었던 바그다드 알 라시드 호텔을 후세인 정권 시절의 비밀정보 요원이 사전 답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지난달 29일 전했다.

이 신문은 한 미군 대령이 밀착 추적당한 증거가 실제로 드러난 데 이어 공격표적이 되는 미국의 다른 핵심 인사들이 저항세력의 관찰대상이 돼 온 사실도 일부 확인됐다고 미군 정보 장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 당국은 세르지우 비에이라 데 멜루 전 유엔 이라크 특사 등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8월 19일의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폭탄 테러가 저항세력의 표적 공격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미군의 점령 직후 상대적으로 평온을 유지했던 모술 지역에서 최근 미군을 겨냥한 테러공격이 잇따르는 것은 중부의 이른바 ‘수니파 삼각지대’에서 북부 지역으로 저항 움직임을 확산하려는 치밀한 전략의 일환이며 이들은 알 두리 전 의장이 지휘 중이라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인구 200만의 이라크 북부 중심도시로 한국군의 파병지역으로 거론되기도 했던 모술의 ‘애국 쿠르드 연합’ 군사조직 책임자인 모하메드 알 카키는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옛 정권의 요인들이 모술 등 국내외 이슬람 세력과 협력하고 있으며 후세인 전 대통령과 두리 전 의장이 이들에게 돈을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술 지역 이라크 경찰 간부인 자이드 아우니 장군은 “두리 전 의장이 3개월 전 모술 동쪽의 작은 마을에 잠시 머무르면서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일을 벌이도록 했다”며 “미군이 그를 붙잡기 위해 출동했지만 그는 달아났다”고 말했다. 미군은 지난달 26일 두리 전 의장의 부인과 딸을 체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에 6∼10차례의 미군에 대한 공격이 벌어지고 있는 모술 지역의 한 주민은 “미군 진입 초기에는 미군과 주민들 사이에 신뢰가 있었으나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은 미군이 용의자들을 다수 체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 같은 신뢰가 깨졌다”고 지적했다고 최근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후세인 정권 시절의 바트당원들이 시 정부와 대학 등에 간부로 있으면서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난하고 있고 저항세력을 은밀히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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