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군-경찰 늘려 치안 맡길것”…미군은 단계적 감축

  • 입력 2003년 11월 2일 18시 53분


지난달 27일 이래 바그다드를 뒤흔든 동시다발 테러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이라크 전역에서 대규모 저항 움직임이 나타나자 미국은 이라크 치안을 이라크 현지 경찰과 군에 넘기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라크 병력 강화가 유일한 방법=워싱턴 포스트는 “앞으로 미군의 이라크 내 군사정책은 치안 임무를 이라크 병력에 가능한 한 빨리 넘기는 방안뿐”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이라크 주둔 3개 주요 사단이 내년 봄 귀환할 예정이고 미군 예비병력도 여력이 없는 상태. 대선까지 맞물려 있어 내년 여름까지 주둔 미군을 현재의 13만명에서 9만명 선으로 줄이는 등 단계적 감축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이 파병을 꺼리고 있어 외국 군대의 증원을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다.

시사주간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최신호(10일자)에서 “애초 ‘선제공격’의 의미상 미군을 한꺼번에 조기 철군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현 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이라크는 테러세력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1일 라디오방송에서 “조기 철군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라크 병력 어떻게 강화하나=이라크의 경찰은 바그다드 7000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약 4만명 규모.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1일 “이라크군과 경찰에 대한 훈련을 가속화해 내년 3월까지 이라크 시민방위군을 두 배로 늘리고 9월까지는 20만명 이상의 이라크인이 이라크 방위에 나서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해산된 이라크 군대를 재구성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브레머 행정관이 5월 50만명 규모의 이라크 군대를 해산시킨 것은 실수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며 “이전의 이라크 군대 중 수송부대와 공병부대를 우선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병력 강화의 난관=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부시 행정부는 10억달러를 이라크 경찰 훈련과 무장에 책정했지만 장비가 턱없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5000자루의 권총이 이라크 경찰에 전달됐지만 실탄은 지급되지 못했다. 또 이라크 경찰들은 도난, 강도 등의 사건은 잘 처리하지만 테러에 대한 경험은 거의 없다.

이라크 병력이 훈련되기 전까지 미군이 이라크 국민의 협력을 얻어 치안을 유지하는 것도 과제다. 반미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테러 공격이 이어지면 ‘미국의 무능한 이라크 점령 정책’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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