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CEO, 당신도 혹시 정신질환 ?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31분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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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는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고, 건강관리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건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CEO는 높은 지위에 있기 때문에 건강에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CEO는 건강하면서도 건강하지 못한 걸까? 최근 미국의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걸린 CEO가 사회적 위치와 책임감 때문에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일을 핑계로 회피하려는 경향에 대해 자세히 다루었다. 다음은 그 내용의 일부분.》

최고경영자(CEO)는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고, 건강관리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건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CEO는 높은 지위에 있기 때문에 건강에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CEO는 건강하면서도 건강하지 못한 걸까?

최근 미국의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걸린 CEO가 사회적 위치와 책임감 때문에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일을 핑계로 회피하려는 경향에 대해 자세히 다루었다. 다음은 그 내용의 일부분.

미국 워싱턴에서 300여명의 직원을 이끄는 한 회사의 대표였던 마크 헴크는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전화를 걸지도 못하며 가만히 누워만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미국 애틀랜타의 올림픽 주경기장을 세우는 데 공헌한 건축전문가이자 CEO인 래리 젤러스테트는 갑자기 터져 나오는 울음을 멈출 수 없어 침실에 털썩 주저앉았다.

단돈 11달러로 장사를 시작해 수백만달러의 사업으로 성장시키고 5300명을 고용했던 하인츠 프레처는 어느 날 아침 식사 후 목을 매 자살했다.

이들은 모두 연봉이 1100만달러 이상으로 정치나 사업면에서 성공한 CEO였지만 우울증 등 여러 종류의 정신질환으로 남모르게 고생한 환자이기도 하다.

회사의 임원들은 CEO가 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CEO의 권위가 실추될 것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한다. CEO 역시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조증 우울증 조울증 등에 걸린 CEO는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 갈수도 있다.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헴크씨가 자신과 함께 회사를 파산시킨 것처럼.

한 정신과 전문가는 “대부분의 CEO는 우울증 초기 증세가 나타날 때 이를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CEO의 경우 대개 부하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 초기 증세”라고 말했다.

CEO는 병이 생기더라도 치료받는데 부담을 가진다. 병이 있다는 사실이 밖으로 드러나면 경력에 치명적인 손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72년 미국 부통령 후보로 나선 토머스 이글레톤은 우울증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3주도 안 돼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심리학자인 오토 웰은 “당시 사람들은 정신병에 대해선 성서에 나오는 문둥병처럼 혐오감을 가졌다”며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시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3년 백악관 법률 고문이었던 빈센트 포스트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지자 자살한 것도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자살을 택한 기업인 프레처씨도 자신이 병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무척 노력했다. 그의 부인은 “남편은 조울증 때문에 괴로워했지만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그는 조울증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정신과 제럴드 포스트 박사는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것은 당신의 건강에는 위험한 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전문가인 젤러스테트씨는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치료를 받았다.

그는 “일부러 토요일 아침 8시에 의사를 만난다”며 “이웃 사람들이 토요일에도 일 때문에 나가는 것으로 생각해 주기 바랐다”고 말했다.

CEO의 우울증은 슬픔이나 성욕감퇴, 불면증 등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세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들은 정상인과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더욱 다그치면서 일중독자가 되고 부하직원들에서 화를 내거나 작은 일에도 거칠게 반응할 수 있다.

젤러스테트씨와 헴크씨는 이제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더 이상 사람들에게 숨기지 않는다.

젤러스테트씨는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남들에게 얘기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운 좋게도 나는 자살하기 전 이런 문제를 견뎌냈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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