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고이즈미 도쿄회담]환율시장 개입 놓고 신경전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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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이라크에 대한 대규모 자금 제공과 자위대 연내 파견 방침을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에 화답해 고이즈미 정권의 최대 현안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경제분야의 현안인 엔화 환율과 관련해서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을 피하면서 자국의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는 선에서 정리됐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가 “과도한 엔고 저지를 위한 시장 개입은 불가피하다”며 미국측의 이해를 부탁한 데 대해 부시 대통령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미국측이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은 데다 부시 대통령이 “‘강한 달러’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 일본 정부를 압박하지 않으려 배려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과 일본이 이라크 지원과 엔화 환율 및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놓고 적당히 선물을 주고받은 모양이 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 지원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후속조치로 육상자위대 150명을 올해 안에 선발대로 이라크에 파견하고 내년 초 550명 안팎의 본대를 이라크 남부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미국측에 통보했다.

또 이라크 지원을 위해 내년 중 15억달러를 무상 지원하는 등 2007년까지 4년간 총 50억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일본의 이라크 지원은 시기적으로 적절한 때에 결정됐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상회담은 부시 대통령의 일본 체류 일정이 빡빡한 점을 고려해 도쿄 아카사카(赤坂) 영빈관의 별관에서 2시간 동안 만찬을 함께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양국 정상은 만찬 시작 전 약 30분간 핵심 측근들을 대동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열 번째. 올 5월 미국 텍사스의 부시 대통령 개인 목장에서 만난 바 있는 두 정상은 이날도 “더 젊어진 것 같다”는 등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어깨동무를 하는 등 우의를 과시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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