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재즈지휘자 아키요시, 대금名人 원장현씨와 고별콘서트

  • 입력 2003년 10월 8일 20시 22분


칠순을 훌쩍 넘긴 재즈 작곡가 겸 지휘자가 17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고별 콘서트를 갖는다. 주인공은 일본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아키요시 도시코(秋吉敏子·74·사진) 여사. 그가 마지막 재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선보일 대표곡은 ‘히로시마-심연으로부터 부활’이다. 아키요시 여사가 “내 재즈 인생의 클라이맥스”라고 자부심을 나타낸 곡이다.

“1999년 일본의 한 스님에게서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를 위한 음악을 작곡해줄 것을 부탁받고 사진첩을 살펴보았으나 처참한 모습에 충격받아 차마 음악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피폭 며칠 후 지하대피소에서 나와 하늘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짓는 젊은 여인의 사진을 발견했고 거기서 희망을 찾았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아키요시 여사는 한국 대금의 명인 원장현(元長賢·53)씨를 초빙해 함께 무대에 선다.

“히로시마 원폭 자료를 수집하던 중 한국인 피해자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마침 원씨의 대금 연주를 CD로 들어보니 음색과 선율이 이번 곡과 잘 어울려 초청했다.”

연하의 남편이며 플루트 솔로이스트인 류 타바킨(59)은 이번 콘서트에서 ‘평화기원’ 등을 솔로로 연주한다.

만주에서 태어나 16세에 재즈를 처음 접한 아키요시 여사는 20대에 일본 주둔 미군부대에서 공연해 미국인 팬을 거느리기도 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음악공부를 한 뒤 1970년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대형 재즈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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