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부시는 아들의 對러 밀사?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0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79)이 러시아 방문 중 일정에도 없이 갑자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하는 푸틴 대통령과 아들 부시 대통령 사이에서 모종의 외교적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1일 5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해 부인 바버라 여사,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관광을 즐기던 부시 전 대통령은 14일 모스크바로 향하려던 일정을 갑자기 바꿔 푸틴 대통령이 보낸 전용기에 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흑해 연안 휴양지인 소치 공항에 내린 부시 전 대통령을 직접 맞았다. 두 사람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차를 함께 타고 가며 대화를 시작했고 대통령 전용별장에서 대화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치자마자 이날 밤늦게 다시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랜 친구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팔순을 앞둔 고령의 부시 전 대통령이 무리한 일정을 무릅쓰면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지만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측은 “부시 대통령의 친서나 메시지는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순수한 개인면담’이었음을 강조했다. 크렘린도 “푸틴 대통령이 9·11 사태 이후의 국제정세와 미-러 관계에 대한 부시 전 대통령의 개인 의견을 들었다”고만 발표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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