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로 오른 후지산…사고로 두 다리 잃은 美대학생 등정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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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미국 대학생이 해발 3776m 높이의 일본 후지산 정상에 올랐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컴퓨터학과 학생인 키건 라일리(22)는 손만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네 바퀴 산악자전거를 타고 등정 사흘 만인 4일 일본 최고봉에 올랐다.

후지산 정상에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오른 것은 라일리씨가 처음. 라일리씨는 정상에 오른 뒤 “무척 피곤하지만 너무 기쁘다. 정상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정말 특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예정보다 하루 빨리 정상에 올랐지만 산행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라일리씨는 입산 허가를 받아내느라 8시간이나 산악순찰대원을 설득해야 했고, 자갈밭에서는 자전거 바퀴가 헛돌기 일쑤였다. 또 자전거 핸들이 망가져 고치느라 기진맥진하기도 했다. 라일리씨의 발이 돼준 자전거 이름은 ‘스카라브’. ‘스카라브’는 고대 이집트에서 ‘부활의 신’ 케페리를 상징하는 벌레 이름. 라일리씨의 ‘스카라브’는 급경사의 바위산도 오를 수 있도록 티타늄으로 특수 제작됐으며 가격이 3만5000달러(약 4100만원)나 된다.

라일리씨는 “나의 도전이 다른 장애인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등반을 함께 한 라일리씨의 삼촌 존 넬슨은 “훨씬 어려운 등산도 문제없다”며 “다음엔 미국 워싱턴주의 레이니어산(4392m)과 남미 최고봉인 아콩카과(6960m)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알래스카 솔도트나 출신인 라일리씨는 1996년 자동차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뒤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가장 높은 앨버트산(4379m)과 캘리포니아의 섀스타산(4296m) 등정에 성공해 화제가 됐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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